미토콘드리온이 일하는 법
탄수화물과 지방 중 어떤 기질을 더 많이 사용하는지는 세포 내에 미토콘드리온이라고 하는 소기관이 얼마나 많은지, 이들이 얼마큼 효율적으로 일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미토콘드리온은 세포의 발전소라 불리는 소기관으로써,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생산하고 공급합니다. 미토콘드리온의 양이 많고 에너지 생산 기능이 원활하면 계단 뛰어오르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할 때도 문제없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깁니다. 미토콘드리온의 양이 아주 부족하거나 간혹 유전적 결함이 있을 때에는 고강도 운동은 고사하고 걷기와 같은 저강도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온은 에너지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탄수화물보다는 지방을 더 많이 연소하여 에너지를 만들지만,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 요구량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지방 연소율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탄수화물에 의존도를 증가시킵니다. 정리하면 근육 내 미토콘드리온이 많을 때는 힘든 운동을 해도 지방을 잘 연소할 수 있지만, 미토콘드리온이 많지 않다면 운동의 강도가 조금 올라가도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을 주로 연소하여 에너지를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 미토콘드리온이 탄수화물을 쓰던, 지방을 쓰던 에너지만 만들어 세포에 공급해 주면 되는 게 아닌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가 운동 능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지방의 연소가 줄어들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탄수화물이 연소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소 이온이 많이 생성됩니다. 많은 양의 수소가 혈액 속에 수소 이온 형태로 녹아있게 되면 우리 몸은 산성화가 되어 버립니다.
신체 산성화를 방지하는 방패막
몸이 산성화가 되어버리면, 많은 생리적 기능이 저해되어 곳곳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합니다. 근육만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을 구성하는 상당수의 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더 이상 운동하는 것은 힘들 수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 몸은 급격히 산성화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막이를 가지고 있어서 미토콘드리온이 부족한 사람이 운동할 때 탄수화물을 많이 쓰더라도 곧바로 몸이 산성화 되도록 방치하지 않습니다. 이는 탄산수소염 완충 체계이며, 이 체계를 통해서 수소 이온은 탄산수소염과 결합한 뒤 탄산으로 만들어지고, 이 탄산은 곧바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나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이 생성되는 것은 인체에 영향이 없지만, 혈액 속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뇌줄기와 경동맥에 있는 특수 기관에서 이를 감지하고 뇌가 이를 배출하기 위해 호흡이 증가하도록 합니다.
숨이 가빠지는 이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폐활량이 낮은 것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근육 속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 미토콘드리온의 수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덕길 오르기 같은 나름의 고강도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원활하게 생산하지 못했고, 미토콘드리온의 특성상 이런 경우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을 더 많이 연소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져 뇌줄기와 경동맥의 특수 기관이 이를 감지하고 호흡을 증가시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결국 숨이 가빠지는 이유는 폐의 탓이 아니라 근육의 내부 기능이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의 관계
미토콘드리온의 기능이 운동 중 에너지 생산을 원활하게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임상연구와 동물연구에서 미토콘드리온의 양이 적거나 기능이 약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취장의 베타 세포가 분비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다른 세포에서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인슐린이 분비되는 첫 번째 목적은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입니다. 식사하거나 간식을 먹게 되면 소화 기관을 통해 그 음식에 들어있던 탄수화물 덩어리가 포도당이라고 하는 최소 단위의 탄수화물로 분해된 후 소장을 통해 혈액 속으로 유입됩니다. 포도당이 혈액 속에서 계속 높게 유지될 경우, 혈관 손상을 비롯해 다양한 이상이 생기게 되므로 우리의 몸은 이를 보호하고자 취장이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인슐린의 여러 작용 중 하나가 혈액에 녹아있는 포도당을 세포 내부로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세포 내부로 들어간 포도당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근육이나 간은 차후 에너지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일부를 저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식사 후에 취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고, 분비된 인슐린이 세포에서 원활하게 작용하는 것은 혈당이 높게 유지되는 현상을 막아 이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측면, 그리고 성인 기준 약 37.2조 개의 세포에 포도당이라는 에너지원을 문제없이 공급하기 위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다는 것은 인슐린이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합니다. 평소에는 5 mIU/mL정도의 인슐린이 혈액 속에 있다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었으나,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이 정도의 인슐린을 가지고 정상혈당을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우리 몸은 혈당이 올라가면 발생할 다양한 문제점을 알고 있어서 어떻게든 이를 정상으로 유지하려 합니다. 이때 우리 몸이 가장 쉽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인슐린의 분비량을 낮추는 것입니다. 인슐린은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가장 강력한 호르몬이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동화작용 호르몬으로서 유기물을 합성하는 호르몬입니다. 인체 내에서 인슐린에 의한 동화 작용이 강력하게 발생하는 유기물 중 하나는 지방입니다. 우리 몸에서 새로운 지방 세포가 만들어지고, 또 만들어진 지방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데 있어서 인슐린의 역할을 절대적입니다. 혈당이 효과적으로 조절되지 않을 때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되면 혈당은 떨어지지만,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된 만큼 지방의 합성 역시 더 많이 이뤄지게 되므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운동을 힘들게 해야 하는 이유
근육 내의 미토콘드리온의 양과 기능 저하는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의 기저 원인이자 비만에서부터 암까지 다양한 질환과 관련 있는 인슐린 저항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근육 내 미토콘드리온이 많고 기능이 좋은 사람은 여러 가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적으므로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습니다. 미토콘드리온의 역할로 체력 좋고 건강한 사람이 만들어지므로 체력 좋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수많은 관찰 연구와 살보다는 체력이라는 주장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미토콘드리온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운동해야 합니다. 그것도 힘들게 해야 합니다. 미토콘드리온 기능과 관련된 유전적 문제가 없다면 미토콘드리온의 기능은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기능보다는 미토콘드리아의 양이 체력과 건강 수준에 더 유의미하게 작용합니다. 미토콘드리온의 양은 운동 강도와 비례하여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비례의 관계는 아니지만 짧게 하더라도 힘들게 운동하면 천천히 오래 운동하는 사람보다 근육에 더 많은 미토콘드리온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개수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끼리 그물망처럼 서로를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에너지 생산 효율을 늘리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도 시간보다는 강도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미토콘드리온은 한번 만들어졌다고 하여 오랫동안 보존되거나 네트워크를 유지하지는 않습니다. 운동을 중단한 지 2~3주가 지나면 증가시킨 미토콘드리온의 양은 30퍼센트 이상 소멸합니다. 그러므로 근육 내에 미토콘드리온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힘든 운동을 해야 하며 이 자체가 내가 얼마나 건강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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